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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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 이 집은 누구의 집인가?

한 여대생의 순결이 인터넷 경매가 51억원에 낙찰되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이쯤 되면 인터넷엔 없는게 없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 패러다임의 큰 혁신을 가져온 인터넷 쇼핑몰은 그 편리함만큼이나 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한때 심각한 피해사례로 등장했던 것이 동일 물건을 여러명에게 동시에 파는 사기매매였다. 상상하기 힘들지만, 부동산 매매역시 이러한 사기 행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날 아침, 영희는 철수에게 자신의 시카고 집을 40만불에 팔았다. 철수에게 집이 팔린 사실을 몰랐던 영수는 같은날 오후 영희의 집을 50만불에 구입했다. 소유권 이전을 위해 등기소에 도착한 영수는 방금 소유권 등기를 마치고 떠나는 철수를 보게 되었다. 이경우 과연 누가 영희의 집을 소유하게 될까?

미국 부동산 등기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Race Statute, Notice Statute, 그리고 Race-Notice Statute. 부동산법은 연방법이 아닌 주법이기 때문에 각 주는 이 세가지 등기법 중 하나를 채택하고 있다. 일리노이 주의 등기법은 학문적으로 해석하면 Notice Statute를 따른다고 봐야 옳지만, 주법원은 대부분의 판결에서 일리노이 등기법을 Race-Notice Statute로 해석한다.
Race-Notice Statute를 따르는 주에서, 두번째 구매자가 집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번째 구매자의 구매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야 하고, 첫번째 구매자보다 먼저 소유권을 등기해야 한다. 이 두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못하면 두번째 구매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우선 구매사실에 대한 “인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살펴보자. 등기법에서의 “인지”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경우에 인정된다. 첫째, 실제적/직접적 인지 (Actual Notice). 즉, 첫번째 구매자의 구매사실을 실제로 들었거나 직접 목격하는 경우다. 둘째, 기록적 인지 (Constructive Notice). 즉, 설령 직접적인 인지는 없었다 하더라도, 부동산 등기 등의 문서 및 기록들을 통하여 구매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황적 인지 (Inquiry Notice). 이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러 주변 상황을 통해 충분히 구매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구매하려는 집에 누군가가 이미 이삿짐 나르는 것을 목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세가지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영수가 철수의 구매사실을 인지했다라고 판단될만 한 근거는 없다. 만약 영수가 영희 집을 구매하기 이전에 철수가 등기소에서 먼저 등기를 했었다면, 기록적 인지에 의거하여, 영수는 철수의 구매사실을 인지했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소유권은 철수가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영수가 철수의 구매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철수가 영수보다 소유권 등기를 먼저 했기 때문에, Race-Notice Statute의 두번째 조건에 의해 영희의 집은 철수가 소유하게 된다. 만약 일리노이 주에서 부동산 사기 매매를 피하고 싶다면, 클로징 이후 신속한 등기는 필수다.

본 글은 시카고 중앙일보 2017년 5월 15일자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1&branch=CH&source=CH&category=opinion&art_id=5260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