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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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 약속어음과 모기지

너와 나의 새끼 손가락을 마주걸며 나즈막히 속삭인다. “이제 우리 약속한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인정되는 이 새끼 손가락 약속의 유래는 실로 다양하지만, 이 행위가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말로 하는 구두약속 그 이상의 구속력을 서로에게 확인받는다는 데에 있다. 부조리와 사기 행각이 만연한 요즘 시대에도 손가락을 걸고 한 약속을 굳게 지키려 하는 순수함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이 순수함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신용이다. 카드 대출, 학자금 대출, 개인 신용 대출 등은 모두 이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대출금 상환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채무자 개인 몫이다. 하지만, 부동산 융자의 경우는 개인 신용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융자 대출시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철수는 집을 사기 위해 융자 은행을 찾는다. 은행에서 철수가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두가지 서류는 바로 약속어음(Promissory Note)과 모기지(Mortgage)다. 약속어음은 차용증과 같은 개념으로서, 만약 철수가 대출 상환에 실패할 경우, 이 약속어음을 근거로 은행은 철수 개인에게 대출금을 받아낼 법적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약속어음만으로는 은행이 강제적으로 철수의 동산 혹은 부동산을 대출금 상환에 이용할 권리를 갖지는 못한다.약속어음을 통한 채무 상환 의무는 개인에게만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은 반드시 소송을 통하여 추심 판결까지 받아야만 철수의 동산 그리고 부동산에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은행은 약속어음과는 별도로 모기지라는 서류를 함께 요구한다. 모기지는 은행이 철수의 집을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권리를 추가로 부여한다. 만약 철수가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였을 경우, 은행은 Mortgage를 통하여 융자 담보물로 잡힌 철수의 집을 차압할 수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이 모기지는 반드시 그 집이 위치한 해당 카운티 등기소에 등록이 되어야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약속어음과 모기지의 차이점은 개인 파산 시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파산의 주요 목적은 개인의 채무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개인이 짊어진 상환 의무, 즉 약속어음은 사라지지만, 저당권 자체인 모기지는 파산을 통해서도 없어질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완전파산을 통하여 채무 변제의 의무를 없앴다 하더라도, 채권자는 저당권을 통하여 담보물을 차압할 수 있는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채무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모기지는 손가락 약속, 그 순수함에 더해지는 구속력이고, 채권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모기지는 손가락 약속에 자물쇠를 굳게 채우는 또하나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본 글은 시카고 중앙일보 2017년 5월 1일자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1&branch=CH&source=CH&category=opinion&art_id=5227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