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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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 계약의 조건 – 청약과 승낙

“청약과 승낙”

사람 ‘인’ (人)과 사이 ‘간’ (間)의 합성어인 만큼, 인간으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 관계의 연속성은 자신이 타인과 맺는 일종의 계약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작은 계약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골프 내기에 져서 친구에게 저녁식사를 사는 것도 계약 행위이며, 아내를 위해 할인 쿠폰을 들고 마트에 가는 것에도 계약의 요건이 숨어 있다.

법률적인 의미에서 계약이란 무엇일까. 계약 (Contract)은 청약 (Offer)과 승낙 (Acceptance)을 통한 상호합의 (Mutual Consent)가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승낙을 통해 상호합의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청약은 청약일 뿐 계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군은 나양이 소유한 시카고 빌딩을 $1 Million에 구매하고자 청약을 넣는다. 나양이 이를 승낙하면 계약이 성립되지만, 나양은 $1.2 Million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 전한다. 이를 재청약 (Counter-Offer)이라고 한다. 이로써 청약자가 가군에서 나양으로 바뀌게 되고, 이제 승낙은 가군의 몫이 된다. 가군이 빌딩 구입을 취소하겠다고 전하자, 나양은 다시 $1Million 그대로 빌딩을 팔겠다고 전한다. 가군은 $1Million에 빌딩을 구입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아니다. 최초 가군의 청약은 나양의 재청약으로 인해 소멸되었고, 나양은 더이상 가군의 청약을 승낙할 수 없다.

가군을 설득하기 위해, 나양은 $1 Million 청약서를 본인 싸인과 함께 가군에게 보낸다. 가군은 그 청약서에 승낙 싸인을 하고 책상에 올려 놓는다. 다음날 나양을 만나 직접 건네주려고 말이다. 하지만, 가군이 청약서에 싸인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나양은 그날밤 가군에게 다시 청약 취소 이메일을 보낸다. 이 경우 청약이 취소되었을까? 그렇다. 승낙은 반드시 청약자에게 전달 (Communication) 되어야 법적으로 유효하고, 승낙이 나양에게 전달되기 전에 청약 취소 (Revocation)가 먼저 발생했기 때문에, 이 계약은 무효인 것이다.

전달에 관련하여, 계약법에는 Mailbox Rule이라는 것이 있다. 승낙을 우편으로 발송했을 경우, 우편을 받는 시점이 아닌, 우편을 발송한 시점이 바로 승낙의 전달 기준이 된다는 규칙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청약 취소 혹은 재청약의 경우에는, 반대로 우편을 받는 시점이 전달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나양이 가군에게 청약 취소 통보를 이메일로 하지 않고 그날밤 우편으로 보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가군 또한 싸인된 청약서를 나양에게 직접 건네지 않고 다음날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치자. 하루가 지나고 가군은 나양의 청약 취소 우편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나고 나양은 가군의 승낙 우편을 받는다. 이 경우 Mailbox Rule에 의거하여, 나양이 청약 취소를 먼저 보냈다 하더라도, 그 청약은 가군이 우편을 발송한 날을 기준으로 승낙이 되었기 때문에, 이 계약은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문서가 전자화되고 인터넷이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이 세대에, 과연 계약법이 어디까지 확장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특히 부동산 계약에 늘 사용되는 E-Signature, 전자문서, E-Mail 등의 새로운 특성들이 전통 계약법을 통해 다양하게 그리고 충분하게 해석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추후 다양한 해석을 통한 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청약 그리고 승낙과 같은 기본요소가 계약분쟁을 최소화하고 법의 상대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필수도구임은 변함없을 것이다.

본 글은 시카고 중앙일보 2017년 3월 20일자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1&branch=NEWS&source=&category=society&art_id=5112817